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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넷플릭스, 유튜브가 나보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이유"

by we119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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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착각 –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의 ‘맞춤형 콘텐츠’는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

 

 

알고리즘이 없던 그 시절과 지금의 나

오래전. 영화를 보기 위해 비디오나 CD를 빌리러 비디오 방에 가던 시절.
금요일 저녁. 비디오 대여점 에서 30분째 고민 중이던 나는 결국 점원에게 물었다. "재미있는 영화 하나 추천해주세요."
점원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거 어때요? 요즘 많이 빌려가는데..."라며 포스터도 낡은 영화 하나를 건넸다.
그렇게 본 영화가 생각보다 재밌어서 그 점원을 믿고 계속 영화를 빌렸던 기억이 난다.


2025년, 금요일 저녁. 소파에 앉은 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켜고 "당신을 위한 추천" 리스트를 쳐다본다.
수십 개의 섬네일이 내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만 가득하다. 하지만 선택하는 데 또 30분이 걸린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무엇이 바뀐 걸까?

 

20년 전엔 점원 한 명의 경험과 직감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수백만 명의 데이터와 AI의 계산에 의존한다.

그 결과 우리는 각자만의 '개인화된 우주'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우주가 정말 나만을 위한 공간일까, 아니면 교묘하게 설계된 착각의 공간일까?

1.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착각 – 나만을 위한 콘텐츠의 착각

"당신만을 위한 추천", "맞춤형 콘텐츠", "개인화된 경험"...

현재 모든 디지털 플랫폼이 사용하는 마케팅 문구들이다.

넷플릭스는 "97% 일치"라며 자신 있게 영화를 추천하고, 유튜브는 "다음에 볼 영상"을 끝없이 제안한다.

스포티파이는 "월요일 아침, 당신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진짜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것은 정교한 착각이다.

 

사실 이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진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선택을 분석해서 추천한다고 한다.

즉, 개인화가 아니라 '패턴화'인 셈이다.

나는 유니크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리즘에게 나는 "25-34세, 남성, 주말 밤에 액션 영화를 보는 클러스터 A-7"에 속하는 데이터 포인트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개인화된 경험을 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바로 알고리즘이 우리의 행동 패턴을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예측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와, 이 플랫폼이 나를 진짜 잘 알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마치 점성술사가 "당신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끔 어려움을 겪죠?" 라고 했을 때 "맞아!"라고 반응하는 것과 비슷하다. 충분히 일반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맞아떨어지는 확률이 높을 뿐이다.

2. 플랫폼별 알고리즘 해부학

2-1. 넷플릭스 알고리즘: 감정 상태까지 예측하는 AI 추천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단순히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저 영화도 봤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그들이 분석하는 데이터의 정교함은 거의 스토킹 수준이다.

 

시청 완료율 분석의 깊이

넷플릭스는 당신이 어떤 콘텐츠를 끝까지 봤는지만 아는 게 아니다. 언제 일시정지했는지(화장실? 간식? 지루함?), 몇 번 되돌려 봤는지(대사를 못 들었나? 액션 신이 멋있었나?), 심지어 빨리감기를 언제 했는지까지 분석한다.

만약 로맨스 영화에서 키스신 직전에 항상 일시정지를 한다면, 알고리즘은 당신을 "로맨스는 좋아하지만 노골적인 장면은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으로 분류할 것이다.

 

시간대별 감정 추적

더 놀라운 건 시간대별 패턴 분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엔 가벼운 예능이나 다큐멘터리를, 점심엔 짧은 에피소드를, 저녁엔 드라마나 영화를, 밤늦게는 스릴러나 호러를 선호한다는 패턴이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생체리듬에 따른 감정 변화까지 고려해서 추천한다.

월요일 오전 9시에 접속한 당신에게 《킹덤》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분 상태 예측의 정교함

최근 며칠간의 시청 패턴을 통해 현재 기분 상태까지 추정한다.

평소보다 많은 코미디를 봤다면? "스트레스받는 상황인가 보다"라고 판단해서 힐링 콘텐츠를 추천한다.

갑자기 액션 영화만 골라봤다면? "자극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서 더 강렬한 콘텐츠를 제안한다.

당신의 감정 코치가 된 넷플릭스는 때로는 당신 자신보다 당신의 기분을 더 잘 안다.

2-2.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실시간 적응과 중독 설계

유튜브의 목표는 명확하다.

당신을 플랫폼에서 절대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를 위해 그들은 "다음에 볼 영상"을 끊임없이 제안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70% 유사 + 30% 새로움의 황금비율'이다.

 

연관 콘텐츠의 과학

현재 시청 중인 영상과 70% 정도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서 관심을 유지하되, 30%는 새로운 것을 섞어서 지루함을 방지한다.

요리 영상을 보고 있다면, 다른 요리 영상들(70%)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이나 인테리어 영상(30%)을 섞어서 추천한다.

이 비율은 수억 번의 A/B 테스트를 통해 최적화된 것이다.

 

행동 패턴 학습의 정밀함

좋아요, 댓글, 공유는 기본이고, 마우스 움직임, 스크롤 속도, 심지어 영상을 클릭하기 전에 섬네일 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까지 분석한다.

섬네일을 3초 이상 쳐다봤지만 클릭하지 않았다면? "관심은 있지만 확신이 없는 상태"로 판단해서 비슷하지만 더 자극적인 섬네일의 영상을 추천한다.

 

실시간 적응의 마법

유튜브의 가장 무서운 점은 실시간 적응 능력이다.

검색어와 클릭 패턴을 즉시 반영해서 5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분한다.

갑자기 "다이어트"를 검색했다면, 그 순간부터 홈 피드가 운동과 건강 콘텐츠로 도배된다.

어제까지 게임 영상만 봤는데도 말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때로 사용자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어? 내가 언제 이런 걸 좋아했지?"

2-3. 스포티파이 음악 추천 알고리즘: 감정 기반 큐레이션

스포티파이의 추천 시스템은 음악의 '감정'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들과 차별화된다.

그들은 단순히 장르나 아티스트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에너지 레벨'과 '감정적 톤'까지 분석해서 취향 프로필을 생성한다.

 

음향 분석의 깊이

스포티파이는 모든 곡을 13가지 음향 특성으로 분석한다. 템포, 키, 음성, 댄스 가능성, 에너지, 감정가(valence), 악기성 등을 수치화해서 각 곡의 'DNA'를 만든다. 당신이 좋아하는 곡들의 평균 에너지 레벨이 0.7이라면,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다른 곡들을 추천한다. 장르가 달라도 상관없다. 록과 일렉트로닉이 같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으니까.

 

상황 맞춤 큐레이션

"운동할 때", "출퇴근할 때", "집중할 때", "휴식할 때"... 스포티파이는 당신의 음악 청취 패턴을 상황별로 분류해서 저장한다. 평일 오전 8시에 주로 듣는 음악과 일요일 오후 3시에 듣는 음악이 다르다는 걸 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는 적당히 업비트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곡들을, "금요일 밤"에는 좀 더 자유분방한 곡들을 추천한다.

 

소셜 러닝의 활용

친구들의 음악 취향과 비교해서 새로운 발견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취향의 사회적 검증까지 해준다. "당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가 최근에 들은 곡"이라는 추천은 단순한 알고리즘 추천보다 더 신뢰감을 준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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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고리즘 추천의 그림자 – 위험 요소와 데이터 조작

하지만 이렇게 정교한 개인화 시스템에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위험들이 숨어있다.

겉으로는 우리를 위한 서비스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꽤 복잡하고 때로는 위험한 메커니즘들이 작동하고 있다.

3-1. 알고리즘 추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기업의 수익 전략

수익 극대화가 우선

플랫폼들이 추천하는 콘텐츠가 정말 당신에게 최적일까? 사실 이들의 최우선 목표는 당신의 만족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 극대화다.

넷플릭스는 당신이 정말 좋아할 만한 2시간짜리 명작 영화보다는, 그럭저럭 볼 만한 10시간짜리 시리즈를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시청 시간이 더 길어지니까.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정말 완벽한 10곡보다는, 적당히 괜찮은 100곡을 추천해서 더 오래 플랫폼에 머물게 한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완벽한 10곡에 만족해서 다른 앱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와 스폰서의 영향

"무료" 플랫폼들의 경우 더욱 복잡하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는 당신의 취향뿐만 아니라 광고주의 의도도 반영된다. 당신이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차 광고를 많이 본 유저들이 시청한 콘텐츠들이 추천 목록에 올라올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정말 당신을 위한 추천일까?

 

데이터 수집의 범위

이들 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범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앱 내에서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앱 사용 패턴, 위치 정보, 심지어 마이크를 통한 주변 소음까지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추천뿐만 아니라 광고 타겟팅, 가격 차별화 등에도 사용된다.

3-2.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확증편향 강화

학습 데이터의 편향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서 패턴을 찾는다. 하지만 이 데이터 자체에 편향이 있다면? 예를 들어, 남성 사용자들이 액션 영화를 많이 봤다는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여성 사용자에게도 액션 영화 추천을 주저할 수 있다. 성별, 나이, 지역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알고리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확증편향의 강화

더 심각한 문제는 확증편향의 강화다. 한번 특정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은 계속해서 비슷한 콘텐츠만 추천한다. 우연히 음모론 영상을 하나 봤다면, 계속해서 관련 영상들이 추천되면서 점점 더 극단적인 내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는 정치적 극화, 가짜뉴스 확산 등의 사회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컨텍스트 무시

AI는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것과 혼자 본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수로 클릭한 것과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린 조카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틀어준 것뿐인데, 계속해서 아동용 콘텐츠가 추천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3-3. 도파민 해킹과 무한 스크롤 – 알고리즘 중독의 메커니즘

도파민 해킹

플랫폼들은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설계한다. 불규칙한 보상(간헐적 강화)을 통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것이다. 가끔씩 정말 좋은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대부분은 그럭저럭인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런 패턴은 마치 도박과 같은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다음엔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아"라는 기대감으로 계속 스크롤하게 만든다.

 

끝없는 스크롤의 함정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자연스러운 멈춤 지점을 제거한다. 예전에는 TV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TV를 껐지만, 이제는 끝이 없다. 다음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재생되고, 추천 목록은 끝없이 업데이트된다. 의식적으로 "그만"이라고 결정하지 않는 한 계속 소비하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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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화 추천의 양면성 – 취향의 세분화 vs 필터 버블

4-1. 확장: 무한한 발견의 가능성

니치한 관심사와의 만남

알고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롱테일 콘텐츠와의 연결이다. 예전에는 찾기 어려웠던 매니악한 취향도 쉽게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재즈만 듣는 사람, 북유럽 범죄 스릴러만 보는 사람, 한국 전통 무용에 관심 있는 사람... 아무리 소수의 취향이라도 관련 콘텐츠를 찾아주는 것이 현재의 추천 시스템이다.

이는 창작자에게도 기회가 된다. 예전에는 주류 미디어에 편입되지 못하면 빛을 볼 수 없었던 콘텐츠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관객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1만 명의 고정 팬을 가진 창작자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취향의 세분화와 전문화

개인의 취향이 더욱 정교하게 분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팝송 좋아함"으로 끝났다면, 이제는 "2010년대 인디 팝 중에서도 멜랑콜릭한 느낌의 여성 보컬"처럼 매우 구체적인 취향을 형성한다. 이런 세분화는 개인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콘텐츠 접근성의 혁신

지역이나 경제적 제약도 많이 사라졌다. 시골에 살아도 전 세계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고, 비싼 CD나 DVD를 사지 않아도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교육 콘텐츠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되어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4-2. 고립: 보이지 않는 벽의 형성

필터 버블 현상의 구체적 사례

하지만 이런 개인화는 "필터 버블"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각자가 자신만의 정보 생태계에 갇혀 살게 된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뉴스를 소비하고, 심지어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관점의 보도를 접한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의 사용자 A와 보수 성향의 사용자 B가 같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검색해도, A는 진보 매체의 기사들만, B는 보수 매체의 기사들만 추천받는다. 결과적으로 둘은 같은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사실'을 접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동세대 간 공통 화제 소실

과거에는 같은 세대라면 비슷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비슷한 음악을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통 화제가 생겼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또래라도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소비한다.

20대 A는 게임 스트리밍을, B는 요리 영상을, C는 경제 팟캐스트를 주로 본다. 세대 내 소통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연대감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공통의 경험과 화제가 사라지면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도 약해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같은 세대론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개인차가 커지고 있다.

 

알고리즘 의존성의 심화

더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의 퇴화다. 알고리즘이 워낙 정교하게 추천해주다 보니, 사람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하는 것을 귀찮아하게 되었다. "추천 없이는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주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진짜 취향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선택지 안에서만 선택하다 보니, 그 범위를 벗어난 것들은 상상하지 못하게 된다.

5. 우리는 어떻게 알고리즘의 소비자가 되었나 – 선택의 역설

이것이 바로 옴니보어 시대의 핵심 패러독스다. 우리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장르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고, 내 취향에 맞게 골라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가 큐레이터가 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큐레이터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스스로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보다는 추천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선택의 자유가 늘어났지만, 정작 선택하는 주체성은 약해진 것이다.

 

능동적 선택 vs 알고리즘 의존성

표면적으로는 우리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제시한 옵션 중에서만 선택하고 있다. 마치 자유롭게 요리를 주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메뉴판에 적힌 것 중에서만 고르는 것과 같다. 메뉴판을 만든 사람(알고리즘 설계자)의 의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자유 의지와 조작된 선택의 경계선

더 복잡한 것은 이런 조작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선택 환경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정말 내 의지인지, 알고리즘의 유도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예를 들어, 금요일 밤에 넷플릭스에서 액션 영화를 선택했을 때,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금요일 밤 + 남성 + 20대"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교묘하게 유도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

6. 진짜 개인화를 위한 방법 –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탐색의 복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고리즘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고, 완전히 의존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의식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다.

6-1. 알고리즘 리터러시 기르기

추천 시스템 작동 원리 이해하기

먼저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추천"이라는 문구에 속지 말고, 이것이 실제로는 "당신과 비슷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각 플랫폼의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 확인해보자. 넷플릭스의 "시청 기록", 유튜브의 "내 데이터", 스포티파이의 "개인정보 설정" 등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정기적으로 자신의 추천 프로필을 점검해보자. 구글의 "광고 설정"에 가면 구글이 파악한 나의 관심사와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볼 수 있다. 가끔 "어? 나 이런 거에 관심 없는데?"라고 놀라게 될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또한 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왜 이것을 추천했나?" 기능을 활용해보자.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는 추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이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6-2. 의식적 다양성 추구하기

필터 버블 깨기 전략

의도적으로 평소와 다른 콘텐츠를 찾아보자. 일주일에 한 번은 완전히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다양성의 날'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평소 액션 영화만 본다면 다큐멘터리를, 팝송만 듣는다면 클래식을 시도해보자.

검색할 때도 의식적으로 다양한 키워드를 사용하자. 같은 주제라도 다른 관점의 검색어로 찾아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를 검색할 때도 "지구온난화", "탄소중립", "환경보호" 등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의도적 불편함 감수하기

가끔은 추천을 무시하고 스스로 탐색해보자. 서점에서 무작위로 책을 골라보거나, 영화관에서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다. 처음엔 '실패작'을 만날 확률이 높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알고리즘의 편의에 너무 의존하지 말자. 가끔은 "오늘은 뭘 볼지 모르겠어"라는 상황을 즐겨보자. 그런 무료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이 일어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콘텐츠 찾기

각 플랫폼에는 알고리즘이 거의 추천하지 않는 '사각지대' 콘텐츠들이 있다. 오래된 콘텐츠, 조회수가 적은 콘텐츠, 논란이 있는 콘텐츠 등이다. 이런 것들을 의도적으로 찾아보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친구들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추천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추천은 알고리즘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감정적 연결, 개인적 경험, 맥락 등을 고려한 추천을 받을 수 있다.

7. 알고리즘 시대의 주체적 소비자 되기 – 개인화된 우주의 진짜 주인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개인화 시대에 살고 있다.

20년 전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추천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될 필요도 없다.

 

기술과의 건강한 관계 설정

중요한 것은 기술과의 건강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도구로 활용하되, 그것이 나의 선택을 완전히 대신하도록 내맡기지는 말자. 편리함과 주체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가끔은 추천을 따르고, 가끔은 무시하자. 가끔은 알고리즘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가끔은 셔플을 켜서 무작위 음악을 들어보자. 가끔은 넷플릭스 추천을 따르고, 가끔은 친구 추천을 듣자.

 

진정한 개인화의 의미 재정의

진정한 개인화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평균적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관심사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되,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나의 취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하지만,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어제까지 관심 없던 분야에 오늘 갑자기 빠져들 수도 있고, 평생 좋아했던 것에 갑자기 질릴 수도 있다. 이런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진정한 개인화다.

 

알고리즘 시대의 현명한 소비자 되기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시대의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무비판적으로 추천을 받아들이지도, 무조건 거부하지도 말고, 의식적이고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끔은 알고리즘이 모르는 나만의 비밀 취향을 간직하는 것도 좋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분석되는 시대에, 예측 불가능하고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개인화된 우주를 만들어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결국 개인화된 우주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재료를 제공할 뿐, 요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똑같은 재료로도 사람마다 다른 맛의 요리를 만들 수 있듯이, 똑같은 추천 시스템을 사용해도 사람마다 다른 우주를 만들어갈 수 있다.

당신만의 우주는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그 우주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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